Pit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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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는 총구를 고쳐 잡았다. 침착하려 애를 썼지만 손아귀를 끈적하게 적셔오는 땀은 여전했다. 끝까지 채운 셔츠가 갑갑하게 목을 죄어왔다. 그냥 빨리 끝내버리고 집에 돌아가 가운만 걸친 채로 냉장고에서 갓 꺼낸 캔맥주를 들이키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307호. 고급스러운 무늬로 뒤덮여진 호텔 문 사이로 희미하게 로큰롤 음악이 들려왔다. 셋, 둘, 하나. 동해가 빠르게  그리고 은밀하게 문을 열고 잠입했다. 시끄러운 기타 사운드가 열린 문 사이를 비집고 커졌다가 금세 문이 닫힘과 동시에 사그라졌다.

 

 매일 클리닝 되는 고급 융단 카펫은 동해의 발소리를 죽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뒤로 돌려진 등이 높은 와인색 의자에 남자가 걸터앉아 있었다. 소음기가 달린 소형 권총이 의자 위로 간신히 보이는 남자의 뒤통수를 부드럽게 조준했다. 의자가 빙글 돌아간 것은 그 때였다.

 

"좋은 저녁, 동해."

 

 무, 무슨! 상황판단이 채 되지 않은 동해에 비해 검은 머리칼을 단정히 넘기고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은혁은 다리를 반대로 꼬는 여유까지 부렸다. 은혁이 테이블에 놓인 레드 와인잔을 들어 새파랗게 질렸다가 이제는 붉어지기 시작하는 동해의 얼굴에다 비추었다. 똑같네.

 

"와인? 아, 아니지. 우리 동해는 아마 맥주?"

"씨발, 이게 뭐 하는 수작이야!"

 

흥분한 동해가 과격하게 은혁의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섰다. 두 손을 든 은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위협받은 척을 했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가 않아서 동해의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했다.

 

"워. 그 총 아직 장전 되어 있다고, 동해."

"맞아. 소음기도 아직 달려있고."

 

 이죽거리는 은혁의 얼굴에 그대로 총구를 갖다대며 동해가 맞받아쳤다. 총을 든 동해의 한 팔 간격만큼 둘 사이가 가까워졌다. 오랜만에 봤는데 이러기야? 은혁은 동해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총구를 쥔 동해의 손가락 마디를 제 손가락으로 훑었다. 동해의 표정을 살피며 천천히 반 발자국 다가온 은혁이 조금 더 과감하게 손가락을 애무했다. 동해의 목울대가 울렁였다. 개, 개수작 부리지...

 놓칠리가 없는 은혁이 웃음을 띄며 이제는 그닥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를 든 동해의 팔을 잡아 돌려 제 품에 동해의 등을 가두었다.

 

"다음에는 반가워하는 척이라도 좀 해 줘라."

 

 등 뒤에서 노골적으로 귓가에 대고 낮게 얘기하는 은혁의 숨결에 동해는 목 뒤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이미 동해의 손에 있던 총은 은혁의 가벼운 손놀림 한 번으로 탄창이 분리된 채 은혁의 허리춤으로 옮겨 간 뒤였다. 이건 압수. 목소리가 지나치게 즐겁게 들렸지만 일부러 잔뜩 뿌리고 온 은혁의 향수 냄새 때문에 동해는 뭐라 대꾸할 기운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있을 때 말이야. 가운 안에는 주로 나체야?"

 

 동해는 제 손을 떠난 9mm 권총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며 텅빈 손을 꾸욱 쥐었다가 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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